근은 건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주요 건설자재 중 하나이다. 철근공은 건물이나 다리, 댐 등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보강시키기 위하여 철근을 자르고 구부려 콘크리트 틀이나 콘크리트를 타설할 곳에 넣어 고정시키는 일을 하는 노동자다. 우리는 튼튼하게 서 있는 건물 외벽을 보며, 콘크리트의 견고함에 감탄하지만 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철근이 없다면, 그 건물은 제대로 서 있을 수 조차도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쉽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깨끗한 도로, 그 길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사람들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우리는 보이기에 큰 감흥을 주는 위대한 것들에만 감탄하지만 실은 더 중요한 존재들은 밖에 들어나지 않는 내밀한 깊숙이 조용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노동절 날 오전 9시35분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가 맡아서 했던 일이 철근공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 동료들과 자본의 피도 눈물도 없는 노동 착취에 휘둘리던 동료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그들이 잃은 지위와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가장 보람이었다고 말하던 그는 밖으로 들어나지 않으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해주고 있는 우리 사회 속 철근과도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외치며 청계천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던 그 날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의 죽임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강력한 척결을 하도록 강경 조치를 주문했다. 그야말로 정권은 전쟁이라도 난 듯이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구속과 소환을 하고 있다. 약자의 사정은 나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국가는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그 어느 국민이나 제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나와 내 편에게만 관대한 세상이 도래한 시절이라 생각된다.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 위치한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으로 선택 할 수 있는 방안이 노동조합 활동이라면 그 공동체는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무인권 사회’일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하청, 외주, 플랫폼 노동자 등의 형태로 구분되어지는 노동자들의 삶이 그러하다. 사회가 약자를 위한 든든한 보호막 쌓기에 게으르고 그 책임을 회피하니 비로소 스스로 나서서는 길밖에 없는 극악한 각자도생 세상인 것이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며, 정의로 각색하는 개혁은 거짓이다. 당장 사람을 구분지어 죽어도 마땅한 사람과 보호해야 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탄압을 멈추길 바란다. 고인의 마지막 유서는 “억울하고 창피하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정치의 제물이 되어 지지율을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죄 없이 구속돼야 한다”이었다.
■ 이 기사는 시연용 임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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